서울예술대학교, 한림대학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반디트라소(2020, 서울, 한국), 갤러리 움(2020, 파주, 한국), 갤러리 온(2016/2009, 서울, 한국), 토포하우스(2005, 서울, 한국)에서 개 인전을 했다. 아트스페이스 퀄리아(2020, 서울, 한국), 스페이스 22(2019, 서울, 한국), 동강사진박물관(2018, 영월, 한국), 베이징포토(2018 중국), 서울시립미술관(2013, 서울, 한국), 송장미술관(2008. 중국) 등 여러 그룹전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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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stic tears 01, 2015, variable size c-print

밝은 햇빛 아래 웃음 짓는 사람들의 얼굴이 들어찬 한쪽 벽과, 검은 어둠 속을 배회하는 사람들의 몸짓이 차지한 맞은편 벽 사이에, 신혜선 작가가 있다. 
<Sunny Mind>를 차려놓은 프로젝트룸 신포에서 작가를 만났다. 검은색 머리카락이 목선까지 곧게 내려오는 작가는 말씨가 간결했다. 경계심을 거둔 미소와 태생적 수줍음을 번갈아 내비치며 글쓴이의 물음에 응답해주었다. 
인터뷰_이근정
당신은 왜 사진을 찍는가? 사진 작업을 하면서 어떤 재미를 느끼는가?
연출한 장면이건 자연스러운 상황이건 간에 음에 드는 장면이 있을 때 그걸 보고 셔터를 누를 때 굉장히 기쁨을 느낀다. 나한테는 그것이 원초적인 동기인 것 같다. 와 닿는 장면을 만나 사진으로 찍을 때 감각이 살아나는 기분이다. 사진 작업이 또 흥미로운 것은 현실을 찍었는데도 찍고 나서 보면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인물이나 자연이나 정돈되지 않고 세련되지 않고 흐트러지고 신산한 광경을 보면 재미있다.
내 기질이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다.

작업 경력이 길어지면서 변화한 게 있다면 무엇인가?
작업이 예전보다 더 재밌어진다. 지금은 웃는 사람들을 표현하는 것에 관심 있다. 나는 평소에 밝거나 유쾌한 사람이 못 된다. 작업이라도 밝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여기서 전시하는 사진들도 웃는 사람들을 찍었는데, 촬영하는 그 순간이 즐거웠다.

초기 작업을 보면 웃음과는 거리가 멀다. 이십대 초반의 부서질 듯한 자의식이 느껴진다.
정해놓은 컨셉이 있었다기보다 내 안에 있는 길들여지지 않은 것을 분출하고 발산하는 면이 컸다. 정리되지 않은 것을 내 멋대로 표현하는 행위에서 사진 작업의 재미를 느꼈다. 당시의 불안정한 정서가 드러난 것 같다. 일상의 모습보다는 나만이 가진 파편화된 이미지라고 해야 하나, 어두운 부분이 드러나야만 작업 같다는 느낌을 받았 다. 사진작가로 치면 조엘 피터 위트킨,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 같은 작품이 진짜 같다고 느꼈다.

초기 작업 <무제 1>이 작가 내부에 있는 뒤엉킨 것을 발산하는 것이라면, <무제 2>에는 타인에 대한 관심이 보인다. <무제 2>의 여성은 실내, 자기 공간 안에 있는 사람이고 침구나 옷 직물의 패턴들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사람 자체에 대한 관심은 뒤늦게 생겼다. 여기 나오는 모델은 친척 언니다. 이 집도 그 언니가 원래 사는 장소다. 일부러 꾸미지 않은 장면에 인물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꽃무늬, 도트 무늬 같은 게 있는데 내가 어릴 적부터 늘 접했던 무늬이기도 하다.

사진 속에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당신과 어떤 관계인가?
기본적으로 나한테 애정이 있는 지인들이 잘 응해주었다. 직업 모델은 없다. 평범하지만 개성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면 촬영하고 싶어진다. 옷차림은 그 사람이 입은 옷으로 결정할 때도 있고 옷장을 열어 고를 때도 있고, 조율할 때도 있다. 촬영 현장에서는 본인 제안도 받아들이고, 우연 요소도 즐긴다.

<가족사진>에는 부부가 주로 등장하며 흔히 말하는 다문화 가족, 특히 동남아시아 출신 여성들이 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 전 인물 작업에 모델을 했던 친척 오빠가 있다. 그 오빠가 나중에 필리핀 여성과 결혼했는데, 결혼 전에는 말수가 적고 우울해 보였던 오빠가 결혼 후 웃음이 많아지고 행복해 보였다. 인연이란 뭘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그 작업을 하게 됐다. 모델 섭외는 쉽지 않았다. 대부분 힘들게 살고… 그런 이유도 컸을 것이다. 다문화 가족들의 소개를 받거나 다문화 행사를 찾아다니며 작업했다. 남자들 직업은 농사짓는 사람이 많고 내가 촬영한 사람들은 대체로 부부사이가 좋았다.

흑백으로 작업한 사진도 있는데 컬러와 비교할 때 작가 자신에게 느낌은 어떤가?
흑백 톤으로 표현할지 컬러 톤이 좋을지 깊이 고민한 적은 없다. 상황에 따른 즉각적인 끌림에 따른다. 흑백이 은유적이고 컬러는 직접적이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부족하게 느껴진다. 흑백 톤에서도 찬란한 색채가 느껴지고 수많은 컬러 작품도 얼마나 은유적인가…. 사진의 발명은 흑백부터 시작했고 암실에서 하는 흑백 테크닉은 대학 입시 때부터 경험했다. 그러나 사람 눈은 세상을 컬러로 인식하니까 컬러로 재현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내 작업은 컬러사진의 비율이 훨씬 높은데, 컬러에서 느껴지는 흥미, 가령 모델이 입은 의상 색과 형태, 주변 풀의 느낌. 그런 것들에 순간 매료되어 고민 없이 컬러로 표현한 것 같다.

병풍을 응용해서 <자연사진병自然寫眞屛>이란 작업도 하셨다. 병풍에 전통 회화 대신 사진과 직접 쓴 글씨를 넣은 것이 이채롭다.
대학을 졸업한 후 한때 화실을 다니며 그림을 배우다가 그다음엔 서예를 배웠다. 내 취향에 맞고 재미있을 것 같아 해봤다. 열 달 동안 하루에 여섯 시간 이상 글씨를 썼다. 그 글씨를 병풍 작업에 넣었다. 병풍에 흑백필름을 사용한 것은 작업을 시작하기 전 구상이 흑백으로 떠올랐고 작품 자체가 형식실험이기 때문에 심플한 흑백 톤으로 갔다.

<플라스틱 눈물>, <헤이데이> 시리즈에는 꽃이 주요하게 등장한다. 꽃은 당신에게 무슨 의미인가?
꽃은 생명 자체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만의 개성이다. <헤이데이>는 전성기라는 뜻으로 노인의 현재 시간도 전성기일수 있다는 의미로 화사한 꽃을 소재로 사용했다. 언제나 활짝 피어 있게 만든 조화는 박제된 인간의 욕망을 반영한다고 생각했다.

2011년 발표작부터 인물에게서 웃음이 나타난다. 웃음은 즐거워서만 웃는 게 아니라 관계에서 취하는 행동 같은 요소가 있다. 웃으면서 속마음을 감추기도 하지 않나?
지금 여기 전시된 <Sunny Mind>에서도 인물들이 웃고 있는데, 사실 촬영 현장에서도 엄청 웃었다. 물론 내가 웃어보라고 주문한다. 그러다가 진짜 웃긴 상황이 만들어져 웃는 것이다. 사람들 속에서 나오는 진짜 웃음이다. (한 사진을 가리키며) 저 사람들은 내가 일할 때 만나는 발달장애인들인데, 그들은 보통 비장애인과는 다른 상황에서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자기가 웃기다고 느끼면 진짜 크게 웃는다.

반면 다른 시리즈에는 얼굴을 가린 작업도 많다. 얼굴을 가림으로써 그 가려진 얼굴이 더욱 부각되는 느낌이다.
조화를 써서 가리는 것은 가면 내지는 자기의 다른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얼굴을 드러낼 때는 표정이 드러나야 할 때다. 상황에 맞게 이미지에 맞게 결정한다. 사람의 정체성은 여러 가지지만 변하지 않는 것을 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변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그런 면에서 당신의 사진은 인물은 인물이로되 인물사진이 아닌 것 같다. 사진가로서 바라보는 이미지 안에 구속된 대상인가?
주제로서의 인물이 아니고 소재로서의 인물이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게 그 이미지상 맞다고 판단했다. 모델의 인간성과는 무관한 이미지일 때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할 것인가?
사람이 등장하는 장면을 계속 찍고 싶다. 그때 그때의 주제와 이미지가 내 사고의 흐름이 될 것이다.

인물 사진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사람을 좋아하시나 봐요? 신혜선 작가는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가?
(곰곰이 생각한 후) 솔직하고 자기다운 사람… 그리고 생명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다.
<나이트 웨이>는 마치 초기작의 어둠으로 돌아간 듯 밤에 찍은 작업들이다. 이 작업은 어떻게 했나?
마음속 답답하고 불안하고 외롭고 그런 것을, 밤에 돌아다니며 플래시 팡팡 터뜨리며 찍는 게 좋았다. 내 작업은 여러 스텝이 동원되는 작업이 아니라서 혼자 돌아다닌다. 컨셉츄얼하게 작업한 게 아니다. 가슴 뛰는 대로 다녔다.

두려움은 없나, 밤에 나갈 때?
20대에 밤 작업을 나갔을 때다. 삼각대를 들고 서울 외곽 어두운 동네를 가는데 지나가는 남자가 툭 던졌다. 여기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모르냐며. 그 사람 말에 신경 쓰지 않고 혼자 그렇게 깊숙한 데로 들어갔다 왔다. 나중에 알게 됐다. 무슨 사건이 났던 곳이었다. 무서움은 오히려 나이 들어 더 느낀다. 세상을 좀 더 알게 돼서 그런가 보다.

heyday 03, 2018, variable size c-print

night way 04, 2019, variable size c-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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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mind 06, 2020, variable size c-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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