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사진학부 졸업 후 동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쳤다. 아마도 예술공간(2019, 서울, 한국), 갤러리퍼플(2017, 경기, 한국), 일우스페이스(2013, 서울, 한국), 갤러리룩스 등(2012, 서울, 한국)에 서 개인전을 했다. HARA MUSE- UM(2019, 도쿄, 일본), 국립현대미술관(2018, 과천, 한국), 북서울시립미술관(2016, 서울, 한국), 아트선재센터(2015, 서울, 한국), 국립현대미술관(2015, 서울, 한국) 등 국내외 여러 단체전에 참가했다.
www.kimtaed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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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rifling)-011, 2015, Archival Pigment print, 59x80cm
서울 연희동에 있는 김태동 작가의 스튜디오. 네 벽 중 두 면에 난 큰 창으로 도시의 생기가 넘실대며 들어온다. 벽에 붙은 작품들과 사진 프린트, 각종 서적이 꽂힌 책장, 중앙에 놓인 커다란 테이블과 조명기구가 모여 활기찬 합창이라도 터져 나올 듯한 분위기다. 이곳 주인의 에너지 원천은 무엇일까? 방문자의 눈이 탐색자의 눈으로 바뀌는 동안, 김태동 작가는 환대의 몸짓으로 자신의 작업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인터뷰_이근정
초기 발표작을 보면 대도시에 속하면서도 중심이 아닌 주변부, 그러면서 거주민의 삶이 짙게 묻어나는 지역에서 작업하셨다. 그런 지역에 끌린 이유는 무엇인가?
어린 시절에 시, 도가 갈리는 경계 지역 부근에 살았다. 연신내 외곽에 집이 있었고, 길 건너 저쪽은 경기도, 이쪽은 서울이었다. 조금만 바깥으로 나가면 온통 논밭이었기 때문에, 내가 사는 지역엔 변두리 정서가 있었다. 유년시절을 그런 곳에서 보내서인지 뒤섞이고 충돌하는 문화가 재미있게 느껴진다. 뉴욕에 갔을 때도 화려한 맨해튼의 중심부보다 퀸스에 있는 한인 타운 ‘플러싱’에 더 끌렸다. 플러싱은 다른 경계지역과는 또 다른 독특한 풍경이 있었다. 예를 들면 한국, 미국, 중국이 뒤섞이기도 하고, 80~90년대의 한국으로 돌아간 것 같은 독특한 도시 파사드를 관찰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플러싱에 있는 중첩된 시간들이 마치 유년의 내 기억처럼 느껴졌다.
<Symmetrical>이나 <Brake Days>, <Daybreak>는 어쨌거나 뉴욕이고 서울이다. 이런 대도시를 떠나 DMZ 접경지역으로 갔을 때 느낌이 새로웠을 것 같다. 어땠나?
제 작업에 대해 설명할 때 도시, 경계, 충돌, 시간과 같은 단어들이 자주 언급되곤 했다. 새벽도 경계를 내포한 시간이다. 밤 시간 동안 다른 정서를 가지고 있던 도시 공간들이 새벽을 지나 주 기능을 하기 시작한다. 2015년 ‘리얼 DMZ 프로젝트’를 제안 받았다. 그동안 도시와 외곽 사이의 경계를 작업했는데, 분단은 인간이 만든 경계 중 가장 극단적이고 분명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참여하면 좋은 걸 해볼 수 있겠다는 설렘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그곳에 갔을 때 거기서 맞닥뜨린 역사는 거대하게 다가왔고, 일상의 정서와는 상당히 다른 차원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 그 뒤의 무거운 역사가 느껴지는 풍경이 많았다.
DMZ 접경지역의 전쟁유적지를 찍은 <강선>에서 <Planetes>로 건너간 과정도 듣고 싶다.
<강선> 작업은 철원 전쟁유적지에 있는 총탄 흔적들을 새벽시간에 찍으면서 시작되었다. 소이산 초입에 수도국지라는 전쟁유적지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설치된 상수도 시설인데, 6.25 전쟁 때 수많은 양민이 거기서 학살되었다. 새벽시간 산속의 긴장된 장소에서 보이는 밤하늘의 별이 반어적으로 더 아름답게 다가왔고, 이러한 경험이 <Planetes>로 이어졌다. 별은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별을 멈춘 채로 제대로 찍기 위해서는 ‘적도의’라는 장비가 필요하다. 촬영된 별 사진들을 살펴보다 우연히 흔들린 나뭇가지를 발견했고, 적도의를 장착해서 찍으면 별은 고정된 채로, 회전하는 지구가 담긴다는 걸 알게 됐다. 흔들린 전쟁 유적의 사진들이 로버트 카파의 흔들린 사진 <디데이>처럼 또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작업을 시작했다. 흔들리는 전쟁 사진에서 봤던 긴장감이 느껴졌고, 그 흔들림 속에 전쟁 역사와 문명의 오랜 시간이 압축되어 보이는 것 같았다. 호주의 전쟁기념관과 협업한 작업에서는 별과 도시를 연결하여 별은 고정된 채로 도시의 불빛이 자전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여러 시리즈에 담긴 인물 작업도 인상적이다.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지만 얼굴과 모습이 그 사람만의 표정을 담은 것 같다.
인물을 계획적으로 찍은 것은 아니다. 도시 안의 대부분의 것들이 인간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도큐멘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물도 찍게 되었다. 때로는 인물 사진 한 장이 복잡한 상황과 내용, 지역민들의 지역색과 삶을 한 번에 보여주는 돌파구가 된다. 필요할 때마다 그런 인물을 자연스럽게 만나 촬영했다. 인물을 찍는 방법은 같았다. 다만 시간이 쌓여가면서 인물을 더 이해하려는 태도의 변화는 생겼다. <Daybreak> 때는 도시의 새벽 시간에 우연히 인물을 만나 도시인으로서 긴장감과 동질감을 짧은 시간 안에 느끼며 인물과 호흡했다면, <강선>에서는 새벽 4시까지 인물과 이야기 나누며 호흡을 더 길게 가졌다.
작품 제목의 스타일이 다채롭다. 제목들은 어떻게 지었나?
실은 잘 못 지어서 난리다(웃음). 제목을 지을 때 다의적인 의미가 담긴 단어들을 선호한다.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제목이 관람자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선>은 새벽에 철원 전쟁유적지의 총탄 자국을 찍고 아카이브하면서 시작되었다. 노동당사, 수도국지에 남은 총탄 자국, 교회 건물에 남은 포탄 자국 등을 새벽시간 마주하면서 들었던 긴장감 등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였다. ‘강선腔線’은 총포 내부에 나사 모양으로 판 홈을 뜻한다. 총알의 회전력을 높이고, 살상력을 높이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인데 총탄의 흔적을 보고 어떤 총기를 썼는지 역추할 수 있는 ‘총의 지문’으로 일컬어진다. 총탄 자국만 보고 누가 얼마나 죽었는지 그 안의 구체적인 것 모두를 들여다볼 수는 없겠지만, 과거를 되짚어볼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사진의 속성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연성은 있으나 사진이 모든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니까. 강하고 은유적인 어감이 좋아서 그렇게 정했다. <Planetes>는 방랑자, 떠돌이별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같은 제목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물인데, 신비로움보다는 우주의 쓰레기를 청소하는 ‘데브리과’의 주인공들을 통해 인간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 질문을 던진다. 내가 촬영한 것이 전쟁 유적지의 별이면서도 결국은 인간사, 사람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그 제목을 붙였다.
<강선>은 새벽에 철원 전쟁유적지의 총탄 자국을 찍고 아카이브하면서 시작되었다. 노동당사, 수도국지에 남은 총탄 자국, 교회 건물에 남은 포탄 자국 등을 새벽시간 마주하면서 들었던 긴장감 등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였다. ‘강선腔線’은 총포 내부에 나사 모양으로 판 홈을 뜻한다. 총알의 회전력을 높이고, 살상력을 높이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인데 총탄의 흔적을 보고 어떤 총기를 썼는지 역추할 수 있는 ‘총의 지문’으로 일컬어진다. 총탄 자국만 보고 누가 얼마나 죽었는지 그 안의 구체적인 것 모두를 들여다볼 수는 없겠지만, 과거를 되짚어볼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사진의 속성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연성은 있으나 사진이 모든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니까. 강하고 은유적인 어감이 좋아서 그렇게 정했다. <Planetes>는 방랑자, 떠돌이별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같은 제목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물인데, 신비로움보다는 우주의 쓰레기를 청소하는 ‘데브리과’의 주인공들을 통해 인간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 질문을 던진다. 내가 촬영한 것이 전쟁 유적지의 별이면서도 결국은 인간사, 사람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그 제목을 붙였다.
작가 김태동이 밤에 길을 나선다. 어떻게 존재하고 무엇을 발견하는 밤인가?
밤에 한 작업을 돌이켜보면 더 깊게 사색해야 한다거나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싶다거나 정리를 하고 싶다거나 도시 자체를 무대로 사용하고 싶을 때다. 밤은 무대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텅 빈 무대. 특히 도시는 인공조명이 강해 방송국 세트 같은 환경을 만들어낸다. 무대적인 사진, 연극적인 사진을 찍고 싶을 때, 내 얘기가 잘 드러날 거라고 판단할 때 밤에 나선다. 2010년 무렵엔 밤귀신처럼 그러고 다녔다. 밤은 낯선 사람들이 서로 경계하지만 점차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는 시간, 거짓말 같은 시간이다. 또한 영감의 시간이다. 정서적으로 자유롭고, 본능적이고, 매력적인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Planetes>에서 밤하늘의 별들은 또렷이 고정되어 보이고, 지상의 것은 흔들린다. 마치 영구한 우주 시간과 유한한 인간의 삶을 대비해 보여주는 것 같다.
<강선>을 촬영하면서 처음에 철원 수도국지에서 느꼈던 긴장감이 정서적으로 많이 이동했다. 별의 무한한 시간에 비해 내가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흔들리는 지상의 풍경은 시간의 궤적이 농축된 것이기도 하다. 인간이 만든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개발을 위해 만들고, 전쟁을 통해 부순다. 문명의 역사가 만들고 부수는 것의 반복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인류의 시간이 허망하게도 느껴졌다. <Planetes> 작업을 도시로 가져와서 진행하기도 했다. 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지 않은가도 고민했지만, 관람자가 이 흔들림을 보면서 자기 인생사, 전쟁 역사, 도시와 문명을 돌아본다면 그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현장에 내가 서 있던 그 시간의 정서를 함께 경험해본다면 좋겠다.
작가 김태동의 작업을 두고 “멀리서 지켜보는 것과 가까이 파고드는 것” 둘 다 능하다는 평이 있다. 피사체와의 거리를 어떻게 다루는가?
그런 평이 있다니 감동적이다. 관찰할 때 피사체와 나 사이의 거리감을 늘 생각한다. 사진에는 물리적인 거리감과 심리적인 거리감이 고스란히 담긴다. 렌즈가 가지는 화각과 심도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피사체를 바라보는 내 태도를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렌즈와 카메라 심도를 결정한다. 사진에 감정이 담길 수 있다고 믿는 편이라서 현장에서 내가 보는 관점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한다.
작가님과 대화를 나누며 ‘긴장’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걸 발견했다. 그 긴장은 어떤 것일까? 사진 작업을 하는 작가로서의 정서와 태도가 담긴 표현인 것 같다.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는 보통 때의 나와는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진다. 사물이 든 인물이든 마주쳤을 때의 끌림이 있다. 이미 지로서 끌리는 것이든, 재료의 물성에 끌리는 것이든. 알고 싶은 느낌, 저 사람 또는 저것을 꼭 찍고 싶다는 그 순간의 텐션이다. 카메라를 든 내가 세상과 느끼는 텐션! 찍고 싶은 욕망에 다가 뭔가가 더해진 감정일 것이다. 흥미로운 낯섦이라고 해도 좋다.
요즘엔 어떤 작업을 하는가?
도시 안에 있는 이런저런 이미지를 모으고 있다. 어떻게 아웃풋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틈틈이 거리의 인물들과 피사체를 촬영하고 있다. 수집된 무작위의 이미지들을 모으고 분류해보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사진 작업이 작가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작가가 자아와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사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묻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작가님께 그 질문을 드린다.
먼저, 사진은 내 감각과 심리를 대변해주는 매체다. 그리고 세상과 이야기를 나누는 통로다. 수많은 사진 작업들 속에서 내 사진이 무슨 의미인가는 어쩌면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 후에 제대로 정의가 내려질 것이다. 최근에는 분류, 통계, 개연성과 관계된 작업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때마다의 관심사들을 사진을 통해 실험해 보는 것도 이 직업의 이유이다. 사진은 여백이 많은 매체다. 그래서 상상할 수 있는 게 많고, 내가 나이가 들었을 때 누군가 또 사진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테크놀로지를 벗어나면 더 재밌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매체라는 생각이 들고, 증명의 영역에서 더 확장해나갈 거라는 기대감이 든다.

Break Days – 065, 2013, Archival Pigment print, 100x128cm

Day Break-033, 2011, Archival Pigment print, 150x190cm

Day Break-044, 2011, Archival Pigment print, 150x183cm

PLANETES 018, 2018, Archival Pigment Print, 152x120cm

symmetrical 031, 2010, Archival Pigment print, 80x103cm

symmetrical-007, 2010, Archival Pigment print, 80x103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