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공부했다. Filter Space(2019, 시카고, 미국), The Korea Society(2019, 뉴욕, 미국), KT&G 상상마당 홍대 (2019, 서울, 한국), 아트비트 갤러리 (2018, 서울, 한국), BMW 포토스페이스(2017, 부산, 한국), 탈영역우정국(2016, 서울, 한국), 송은아트큐브(2015, 서울, 한국)에서 개인전을 했다. Fotografiska(2020, 뉴욕, 미국), BBA Gallery(2020, 베를린, 독일), The Silos(2020, 휴스턴, 미국), 경기도 미술관(2017, 안산, 한국), 송은아트스페이스(2015, 서울, 한국) 등 여러 그룹전에도 참가했다.

과천화원, 2018, 피그먼트 프린트, 80x100cm

서울 서촌에 위치한 서점 ‘더 레퍼런스’.  김승구 작가와 만나기로 한 곳이다.  잠시 후 연보랏빛 리넨 셔츠를 입은 남자가 나타난다. 회의실에 마련한 자리에 앉고 보니 작가 뒤쪽 유리문 바깥으로 서가에 꽂힌 책과 판매대에 놓인 책들이 신중히 배열된 세트처럼 펼쳐졌다. 그 배경을 바탕으로 김승구 작가는 자신의 사진 작업 이야기를 신중함 속에 품은 열띤 어조로 들려주었다. 
인터뷰_이근정
2015년 송은아트큐브에서 첫 개인전을 했다. 작업을 발표할 때 어떤 생각을 했나?
첫 개인전 제목을 <풍경의 목록>으로 정했다. 이 제목에 괄호를 친다면 괄호 안에는 ‘한국적인 풍경’이 있다. 한국적인 것이 뭘까? 한옥, 한복, 수묵화 같은 것은 현대의 한국적인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배제했다. 나는 한국적인 리얼리티를 담고자 했다. 한국 사회만이 가진 점! 급속한 자본주의 발달이 불러온 경제적 풍요,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모순이 농축돼 있다. 돌파구도 잘 만들고, 적응도 잘하고, 쿨하고, 즐기는 모습이 한국적인 풍경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선택한 풍경에서 내가 주관적으로 한국 사회의 모순을 읽고 표현한다면 이것도 세계적인 보편성 측면에서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봤다.

작가로서 사진 작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 영상처럼 구구절절한 느낌보다는 더 함축적이고 조형적으로 현실의 상황들을 기록하고 재배열해서 내가 생각하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다. 물론 꼭 필요한 경우라면 영상 작업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사진은 어떤 예술인가? 
촬영현장에서 기다리고 그 기다림을 극대화하는 예술이다. 실패도 하고 그래서 스트레스도 받지만 낭만이 있다고 생각한다. 밑도 끝도 없이 현장에서 기다리다가 직관적으로 기록하는 그 기다림의 시간들. 얼핏 보면 올드해 보일지 몰라도 꼭 그렇지는 않다. 최대한 형식을 배제하고 사진의 기초적인 방법으로써 일관된 자세로 기록해서 특정 현상을 통해 사회를 분석해보려 하는 것이 내 작업의 핵심이다.

구상부터 촬영까지 작업 과정에 대해 들려 달라. 
사진에는 소재와 대상이 필요하다. 내가 어떤 소재에 흥미를 느낄 때, 내 관심의 정체가 무엇인가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지, 어떻게 시각화할지. 그러다 접는 경우도 많다. 해볼 만하다고 믿기까지는 오래 걸린다. 자료도 찾아보고 책도 읽어본다. 사전 작업을 머릿속에서 많이 하는 편이고, 일단
결정하면 날씨부터 살핀다. 차분하게 현장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구름이 고르게 낀 날을 선택한다. 현장에서 원하는 위치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방향으로 프레임을 잡는 편이다. 풍경 안에서 여러 가지 구도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져 화면의 균형이 전체적으로 맞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찍고 고민하다가 또 찍는다.

한강 밤섬도 찍으셨다. 작품을 보면 사람 손이 묻지 않은 야생의 장소가 물씬 느껴지던데, 그 촬영은 어땠나?
밤섬에는 2009년부터 관심을 가졌다. 섭외한 지 2년 만에 서울시의 허락을 받고 2011년 8월 말 밤섬에 처음 들어갔다. 가보니 길도 없고 꿩, 뱀, 온갖 벌레에… 한 발도 들여놓기 힘들었다. 들어가는 순간 엄청나게 다른 세계라는 것을 느꼈다. 정글이었다. 촬영은 일 년에 딱 하루 한다. 아침 9시에서 5시까지다. 서울시에서 그 조건으로 허락했다. 수풀이 가장 울창한 때를 골랐는데 촬영하기에는 가장 덥고 힘든 때였다.
2011년부터 여덟 번 들어갔다 한 해 한 해 지나가다가 밤섬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서울의 모습도 찍었다. 도시 한가운데 이런 자연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과거에 여의도를 개발한다고 1968년에 밤섬을 폭파했다. 그렇게 해체된 섬이 지금은 나무와 풀이 우거지고 철새 도래지가 되었다. 밤섬은 단순한 생태 지역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는 생태 도시의 중심이다. 10년 동안 작업하면서 그런 생각이 자리 잡았다.

작가님 작업은 그 시리즈가 무엇이든 간에 웅장함이 느껴진다. <진경산수> 작업은 인공 조성한 산의 모습을 찍으셨다.
<진경산수>는 2010년 무렵 시작했다. 강남 비싼 아파트에 조경으로 만든 산을 찍고 있는데 보안업체 직원이 나타나 못 찍게 했다. “당신한테는 사진을 찍을 권리가 없다”며. 아파트에서 왜 풍경을 소유하려 할까, 그리고 왜 산일까 그런 의문이 생겼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의 의미가 크다. 명산의 기운, 풍수에 대한 믿음이 집단무의식에 여전히 남아 있다. 가장 로컬한 작업이라고 생각한 <진경산수>를 가지고 2018년 휴스턴 포토페스트에 가서 리뷰어 40명과 만났다. 갤러리스트, 평론가, 기자를 만나 설명했다. 실제 금강산은 북한에 있어서 갈 수 없지만 신성한 산으로 여겨 한국의 아파트 단지 안에 축소 재현한 풍경이라고, 이것은 자본에 의해 현대 도시에 새롭게 나타난 ‘숭고의 물질화’라고 설명했다. 반응이 좋았다. 수 백명 중 열 명을 뽑는 Ten by Ten에 선정돼 2년 후 전시도 했다.

카메라가 일종의 분신일 텐데, 어떤가?
내가 주로 쓰는 것만 쓴다. 대형 카메라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좋아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사진을 배울 때 좋아했던 사진가들의 태도, 필름 시대에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작업하던 사진가들을 상상하면 너무 멋지다. 1970년대 활동하던 조엘 스턴펠드, 리처드 미즈락, 요아킴 브롬…. 대형 카메라로 하나하나 장면들을 포착해서 오랜 시간 일관되게 작업하던 그 시대의 사진가들을 좋아한다.

작가님의 다른 생활은 어떤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날도 있고 새 작업이 생각나서 답사를 다녀오는 날도 있고 집에서 아이랑 놀아주는 날도 있다. 하지만 머릿속에 서는 항상 생각한다. 이 작업은 어떻게 정리하고, 저 작업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작업을 일단락했다고 판단할 때는 어떤 때인가?
모든 작업이 진행 상태라고 봐도 된다. 부족한 게 느껴지고 현장이 변화하고 생각이 바뀌기 때문이다. 일단락은 했어도 더 작업하기도 한다.
<베러 데이즈 Better Days>는 평생 가져가려고 한다.

작업 특성상 많이 돌아다녀야 하는데 그런 것을 좋아하나?
남들보다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떤 상황을 보고 계속 뇌리에 남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다가 그것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고, 그러다가 제목이 떠오른다. 그러고 나면 많이 돌아다니게 된다.

사진 말고는 뭘 좋아하나?
남보다 비상한 취미가 있지는 않다. 여행을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고 음악을 남보다 많이 듣지도 않는다. 술은 종종 마신다. 불안 때문이 아닐까 한다. 가정을 꾸린 남편이자 아빠로서, 또 작가로서 가진 불안이다. 열등감, 피해의식, 앙심 등이 불안을 느끼게 하는데 술을 마시면 좀 수그러드는 것 같다.

가깝게 지내는 사진가들은 누구인가? 
사진 작업 하는 사람들이 개인 플레이를 좋아한다. 가끔 사회성이 좋은 친구들이 주도하거나 공동의 목표의식이 생겼을 때 전략적으로 모이긴 한다. 나는 내 작업이나 잘하자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것도 벅차다.

대학 강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작가님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가르치는 일은 우선 생계에 도움이 되고, 어느 정도의 명분도 준다. 영감은 혼자 있을 때 얻는다.

올해 말까지 계획이 어떤가?
그룹전이 예정돼 있다. 러시아 미술관에서 하나, 파리 갤러리 하나. 그리고 서울시민청 그룹전이 있다. 러시아는 한국 현대 사진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이고, 파리는 외국 작가들과 함께한다. 내가 진행하는 시리즈가 조금씩 다 포함돼 있다.

어릴 때 모습이 궁금하다. 어떤 소년이었나? 
그런 것도 물어보나?(웃음) 곤충, 물고기, 올챙이를 좋아했다. 파브르가 꿈이었다. 신대방동의 뒷산에서 살다시피 했다. <밤섬> 작업도 그래서 한 것 같다. 뭔가를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 지금 여섯 살짜리 딸하고 놀 때도 채집 세트 사서 곤충 잡으며 논다. 아파트 연못에서 올챙이 잡으며.

첫 개인전을 연 후 6년이 흘렀다. 어떤가? 자리를 잡아간다는 느낌도 드나?
모르겠다. 작업이 좋고 가치가 있다면 언젠가 나아지는 시기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외국에서 전시 제의가 조금 오고 있다. 덕분에 마음은 좀 나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보여줄 기회가 왔으면 한다.

금강산1, 2011, 피그먼트 프린트, 160x200cm

반포한강공원, 2020, 피그먼트 프린트, 120x150cm

밤섬001, 2011, 피그먼트 프린트, 160x200cm

벵갈호랑이, 2014, 피그먼트 프린트, 160x200cm

의열단100주년기념식, 2019, 피그먼트 프린트, 120x150cm


한옥수영장, 2017, 피그먼트 프린트, 160x20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