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학교 사진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받고,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사진 전공으로 석사 과정에 있다. 단체전으로 프로젝트룸 신포(2020, 인천, 한국), 동대문디자인플라자 (2019, 서울, 한국), 인천아트플랫폼 (2018, 인천 한국), 순천문화예술회관 (2017, 순천, 한국)에 참여했다.
Telescope Image #010, 2019, Digital Print, 99.2x120cm
이제 막 차곡차곡 작업을 만들어가는 젊은 작가가 있다.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또래 창작자들과 단체전을 기획해 작품을 발표하기도 한다. <Telescope Image>를 가지고 지난해 프로젝트룸 신포의 문을 두드렸던 권기태 작가를 만났다. 만난 장소는 사진가 이 모 씨의 작업실. 촛농이 뚝뚝 떨어지는 문필가의 동굴을 연상시키는 그곳에서 설렘이 깃든 젊은 작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인터뷰_이근정
대표작으로 <Telescope Image>를 발표했다. 이 작업은 어떻게 했나?
남한에는 DMZ를 바라보는 전망대가 열다섯 개 있다. 그 중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작업했다. 전망대에는 전자망원경이 있는데 줌인, 줌아웃이 된다. 그리고 LCD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다. 그 디스플레이를 프레이밍한 다음에 화면 자체를 카메라로 찍고 포토샵으로 재가공했다.

작업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고, 어떻게 발전해나갔나?
대한민국 남자로서 군대 가고 안보교육 받고 그러면서 체득한 북한 이미지들이 있다. 망원경으로 DMZ를 보면서 처음엔 군사적 코드가 묻어나는 이미지 위주로 모았다. 초소, 빨간색 인공기, 군사시설 같은 것들. 계속하다 보니 DMZ 공간과 군사적 요충지를 또다시 군사적 코드만으로 읽어야만 할까 싶어 그 이면의 이미지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고성은 우리나라 최북단이다. 고성에서 작업할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
2015년부터 군 생활을 하조대에서 했는데 작전지가 고성이었다. 2019년 말에 리서치 겸 군 생활 했던 곳을 탐방하다가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가게 됐고 직접적으로 북한 풍경을 만나게 됐다. 동해안 DMZ는 금강산 풍경이 담긴 곳이다. 예전에 금강산 육로
관광도 거기서 시작했다. 제진역에서 북한까지 철로가 연결돼 있다. 그런데 내가 작업을 시작하고 몇 달 안 돼 코로나가 터졌다. 출입을 막아 들어가지 못하게 됐는데, 이 지역이 관광지이지만 군사 통제를 받는 군사 지역이라는 걸 다시금 실감했다.

망원경으로 보는 비무장지대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안보관광이라는 것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들어갈 때 매표소에서 안보교육을 받는다. 차로 십여 분을 들어간다. 들어가는 길에 한국 군인들이 있고 통일전망대에 가면 해설사가 있다. 정해진 담론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전망대는 원래 보는 사람이 자유롭게 보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통일전망대에서는 해설사의 말이 절대적이다. 해설사나 군인이 설명하는 것을 들으며 따라서 보게 된다. 이것도 통제와 검열이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통제와 검열이라는 키워드를 좀 더 이야기해보라.
북한은 매스컴을 엄격하게 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내가 찾은 통일전망대는 남한이 관광지화한 곳이다. 전망대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영역이 정해져 있다. 카메라를 돌리는 각도가 정해진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보는 이미지는 통제와 검열을 거쳐 나온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허락한 이미지.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북한, 그리고 우리가 이곳에서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북한…. 실체와 허상을 구별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그런가?
그동안 매스컴으로 본 북한이나 안보교육으로 접한 북한 이미지가 진짜 북한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찍은 경관은 분명히 북한이긴 하되, 역시 국가의 허락을 통과해 얻어낸 이미지다. 실제와 허구 사이에 있는 이미지인 것이다. 실재하는 것을 증명하는 매체인 카메라로 작업했지만 실제와 허구 사이에 있는 이미지다.

줌인한 이미지들이 흐릿하게 보이면서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부식한 것 같은 느낌도.
그동안 학부와 대학원에서 계속 사진학과를 전공하면서 흔히 말하는 ‘파인한 이미지’를 추구하며 배워왔다. 1930년대에 F64 그룹이 대형 카메라의 조리개를 꽉 죄어 우리가 맨눈으로 볼 수 없는 디테일이 담긴 이미지들을 창출하지 않았나. 높은 선예도와 샤프한 이미지, 디테일이 담긴 이미지…. 그러나 사진의 역사는 기존 체계를 수정하고 전복하면서 나아갔다. 내가 한 이 작업도 ‘파인한 이미지’와 반대로 디테일이 뭉개져 생기는 허점과 오류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사진을 전공할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 고 1 때 선생님이 전시회 티켓을 주셔서 퓰리처상 사진전을 보러 갔다. 퓰리처상 특성상 겉으로 드러나는 센 이미지에 매료되었고, 처음으로 사진집을 사 두고 보면서 사진 이미지에 집중했다. 그렇게 이미지가 주는 힘에 매료되었고 사진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수원에서 태어나 살다가 남쪽 지방에 있는 순천대학교에 입학했다. 대학생활은 어땠나?
우리 과에는 타 지역 출신이 많았다. 처음 온 곳에서 독립을 경험하며 그런 부분이 자유로웠다.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만큼 촬영하고 와도 되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었다.

학부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닦는 게 중요할 텐데, 사진 작업을 하는 태도로는 뭘 배웠나?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것. 정해진 루틴대로 하는 것이 도움 된다. 몇 시에 일어나서 몇 시에는 무조건 촬영 나가고 오늘 촬영한 것은 오늘 안에 현상한다는 룰을 지키는 것. 그렇게 계속하다 보면 그 공간을 해석하는 시선도 발전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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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escope Image> 말고는 어떤 사진들을 찍었나?
포트레이트 작업을 많이 했다. 새벽에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찍었다. 그때는 새벽에 돌아다니는 게 좋았다. 수원에서 사진을 배울 때도 했고, 순천에서 학교 다닐 때도 했다. 밤과 새벽에 돌아다니는 것은 그 시간대, 그 분위기가 좋기 때문이다.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 밤은 낮의 이성이 잦아들면서 감성이 깨어나는 시간이다. 예전에는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명쾌하게 설명으로 다가오는 사진들보다 나도 모르는 새 그 이미지에 빠져 감정으로 먼저 다가오는 작업들을 좋아했다.

<Telescope Image> 작업을 앞으로 더 발전시킬 생각도 있나?
우리나라의 특수한 정치 상황이 만들어낸 경관은 군사적 코드가 기저에 깔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깔려 있는 군사적 코드와 더불어 어떤 지점을 파고들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일례로 <Telescope Image>는 고성 통일전망대에 들어가는 과정과 망원경으로 경관을 보는 행위가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이 작업과 더불어 앞으로 할 작업도 과정과 행위가 묻어나는 작업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대학시절부터 사진을 전공하며 지금까지 8년이 흘렀다. 어떤가? 사진을 계속할 힘이 나는가?
사진은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싶은 것이다. 직장에 다닌다거나 다른 일을 한다면 평생 그것을 계속하진 못할 것이다. 사진은 계속해서 할 수 있는… 내 삶에서 놓지 않고 싶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Telescope Image #029, 2020, Digital Print, 99.2x120cm

Telescope Image #032, 2020, Digital Print, 99.2x120cm


Telescope Image #035, 2020, Digital Print, 99.2x120cm


Telescope Image #038, 2021, Digital Print, 99.2x120cm

Telescope Image #045, 2021, Digital Print, 99.2x12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