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 후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3년생인 그는 소위 ‘아파트 키드’로 분류되는 세대이다. 2000년대 중반 자신이 유년 시절을 보낸 잠실 주공 아파트가 재건축으로 철거된 것을 계기로 재건축, 재개발 현장을 기록하며 도시 공간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였다. 2000년대 후반부터 신도시 건설 현장 등지에서 공간이 변화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대표 연작으로 《Construction Site》(2012), 《Demolition Site》 (2013), 《Reconstruction Site 》(2015), 《Construct》(2017), 《Reconstruct》(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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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truct 010_1560, 2017, Pigment Print, 135x180cm
삼청동 한미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는 정지현 작가는 분주하게 워크숍을 진행 중이었다. 자신의 이번 전시작품이 나오게 된 제작과정을 시연하듯 관객들에게 촬영장면을 연출하며, 직접 촬영을 지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공사현장에 버려진 혹은 쌓아둔 자재들을 스트레이트하게 촬영된 이번 작업이지만, 마치 잘 디자인되고 재구성한 장면 연출처럼 보였다. 이것은 이전 작업 <데몰레이션>시리즈에서 보여준, 재건축 현장에서 건물내부에 페인트를 칠하고 철거되는 과정을 기록한 작업과는 매우 다른 것으로, 오래전에 보았던 그의 대학원 초기습작으로 되돌아간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동안 작가의 생각과 태도 변화가 궁금했다. 
인터뷰_이영욱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저에게 촬영하는 대상들은 모두 변화하는 것들 이예요. 건축물이라서, 철거할 때나, 건축하는 순간에도 계속 뭔가 사라지는 것들이 드러나요. 그런 순간들에 개입해서, 그 건물을 재해석 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게 참! 제 계획대로 만약에 제가 모든 것을 다 통제할 수 있어서, 언제 촬영을 하겠다, 언제 들어가겠다, 이렇게 모든 걸 제 계획대로 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그런데 그 건축이라는 것, 도시의 개발이라는 것은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거든요. 그럼에도 개인적인 작업이 됐든 건축물의 장소가 가진 역사가 됐든 계속 남겨야 하는 상황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촬영하고 있습니다.

사라지는 것, 변화되는 순간을 기록하는 매체로서 사진을 선택했다? 건물의 역사, 물리적 형태, 시간적 변화, 구체적으로 어떤 순간의 변화를 말하죠?
양쪽 다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작년에 삼일빌딩에서 촬영한 작업은 우리나라 최초의 커튼월이거든요. 그래서 최초의 커튼월을 복원하는 역사적 과정이 책으로 출판되기도 하고, 기록을 남기는 건축 사진가로서 저의 입장이 있고, 또 다른 측면에선 해체하는 입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정보성이나 그런 것들은 아니지만, 건축물들이 리모델링되거나 현대적인 건축물이 될 때 그 안의 소재에 의거해서 해체하는 입장에서 기록하는 게 있죠.

소재에 의거해서 주관적 해석의 개입?
네. 삼일빌딩은 커튼월 복원 과정을 의뢰받아 의뢰인의 의도에 맞게 그것을 기록한 작업을 마치고 나면, 제 나름대로 커튼월 양식을 이용해서 다시 재구성해서 새롭게 공간 설치를 하거든요. 그런 것들은, 물론 제가 의뢰받은 것은 아니지만, 작가로서 그것들을 작품으로 정리해나가는 그런 과정들이 굉장히 상호 보완적인 것 같아요. 뭐, 의뢰와 상관없이 분명히 사진으로 남겨야 하는 명확한 목적이 있거든요. 그 목적을 보면 제가 그 공간을 해체적인 측면으로 그 작업을 재활용하는 방식도 있고, 상호 보완적이죠.

의뢰 여부와 무관하게 주관적 해석에 입각해서 사진을 찍는다. 그럼 이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건축도 시대적인 흐름들이 있다. 건축만큼 이슈가 활발한 분야도 찾기 힘들어요. 예를 들어,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를 위해 방도 하나 더 필요할 수 있는 것처럼, 요즘은 점점 가변적인 건축들이 주목을 받고 있어요. 그래서 멀티플렉스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유도하는 가변 설치라든가, 더 넓어 보일 수 있는 방식이라든지 그런 건축 구조를 선호하기 때문에 인테리어에서 일종의 착시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이처럼 제 작업도 일종의 사진 착시효과를 통해서 건물의 공간을 재해석 하는 겁니다.

착시? 물리적인 공간을 똑같은데, 사람이 그 공간에서 생활하면 좀 더 넓어 보이거나 하는 그런 건축을 한 다 뭐 그런 건가요?
네. 예를 들면, 요즘 멀티플렉스 가보면 벽면의 모서리 부분을 유선형으로, 초점이 안 맞도록 다 해놨어요. 사진으로 찍었을 때 어마어마하게 넓어 보이는데, 실제로 가보면 별로 안 넓은…… 예전의 건물은 목적성이 다 있었거든요. 그래서 건물을 지을 때 이것은 우체국을 짓는 거야, 그러면 안의 기능과 목적에 맞게 내벽들을 우체국으로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호텔을 짓다가 호텔 경기가 안 좋으면 주상복합으로 변하고, 이렇게 유기적으로 변할 수 있는 건축들이 주목받고 있어요. 또 최근에는 유리를 가공하는 것도 중요한 이슈예요. 전망이라는 게 실제 공간보다 더 중요해져서, 한강 뷰라고 하면 실제 공간 한 평보다 그 뷰에 높게 가치를 매기거든요. 최대한 외부의 전망이나 길 같은 것들을 건물 내부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들고 있어요. 다음 달에 오픈하는 송은 문화재단 미술관은 건물내부와 외부의 용지를 공공용지로 설정해서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했더라고요.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을 얇은 유리 한 장으로 구분해놨어요. 사실 투명한 유리는 시각적으로 내부, 외부가 전혀 구분되지 않는 요소가 있잖아요, 그것이 재미 있었요. 다음 주에 이 작업을 진행합니다.

그럼 밖에서 내부 공간이 다 보여요?
네. 제가 일본에서 레지던시를 할 때, 정말 유리벽 하나만 있고, 유리 한 장으로 사무실에서 적나라한 모습으로 일하고 있는 한편, 그 유리벽 너머로 걸인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이는 그런 장면들이 놀랐어요. 건축이라는 것이 내부와 외부를 나누는 어떤 약속된 장소? 혹은 공간을 나누는 것인데, 그런 구분이 없어진 것 같은 모습에 재미있기도 하고, 제 인식을 바꿔 놓는 계기가 되었죠. 지금은 우리도 새로운 미술관에서 실현할 수 있게 된 거죠.

의뢰인의 의도와 주관적 개입으로 얻어진 정보 값은 사진장치로 얻어진 이미지정보와도 간극이 있을 텐데?
저는 사실, 그게 작업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데요. 상업 작가들은 보통 완벽한 프로세스와 계획과 촬영 일수들을 맞춰서 정해진 시간에 정말 빨리 촬영하고, 이렇게 작업이 진행되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 건축물을 의뢰하는 건물주, 건축가, 그곳이 예술 공간이면 그 공간이 지향하는바 등을 스터디를 하고, 그 건물에서 몇 년간 작업을 하면서 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그 근처의 사무실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내거든요. 단순히 일로서 촬영을 하 는 방식은 아니라서, 큰 계획들은 건축물을 짓 기 전에, 테스트 모델 건물을 다른 곳에 지어요. 소재들도 고르고 시공사마다 테스트하는 과정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제가 계획을 세우죠. 그런 것들을 미술관 같은 곳과 공유하면서 공사 일정을 맞추고 거기에 필요한 기금들이나 이런 것들을 지원받고, 그렇게 작업을 진행해요. 그런 과정을 꽤 오랫동안 협력 해왔기에 지금은 건물을 보면 어떤 양식이라서 내가 ‘해볼 수 있겠다’, ‘이것은 불가능 하겠다’ 이런 게 나오죠. 스터디를 계속하고 또 운이 좋게 저한테 의뢰를, 의뢰라기보다는 소환을 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는 의뢰인이 특별한 조건들이 없어요. 제가 2017년도에는 아모레 퍼시픽 신사옥에서 촬영을 했는데, 그 사옥도 친환경을 목적으로 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소재들을 활용해서 건축물을 만들곤 했는데, 건축가들에게도 제 사진이 공유되고 그 건축가들의 도면을 제가 받고, 같이 작업들을 협력하는 프로세스가 있거든요. 그런 프로세스를 통해서 스터디가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작품 제목이 구축? 컨스트럭션?
<컨스트럭션 사이트>. 2012년 작업이 <컨스트럭션 사이트>, 2017년 <컨스트럭트>, 그리고 작년에 한 게 <리컨스트럭트>.

핵심 개념은 ‘구축’이 되겠네요.
네.

컨스트럭션 사이트는 페인트칠하고 그랬던 작업이죠?
네, 그 작업이죠. <데몰리션 사이트>에서 철거되는 작업 군과 신축 건물을 만드는 작업 군……. 제가 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정확한 규칙에 의거해서 공간을 칠하고, 외부 벽이 헐리면서 밖으로 그 칠해진 공간이 드러날 때 재촬영하는 그 규칙들을 정확하게 지키면서 촬영을 했거든요. 그 결과 건축의 숨겨진 기능들이 들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소화전이 뚫린다거나 큰 건물에 일률적으로 폐기물들이 수집될 수밖에 없는 그런 조건들이 있거든요. 소화전을 만들거나 계단을 만드는 데 일부분이 잘린다거나 그런 것들이 외부의 다른 소재에 의존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복원을 하는 거예요. 조형이 아니라 일률적인 것들을 제가 했을 때 그것들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그 재질이 갖고 있는, 휘어지는 특성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사용하게 되거든요. 그런 것들이 실제 공간화 될 때 실제 그 재질이, 특별한 목적을 가진 재질들은 또 다른 공간들을 그 재질로서 구현되는 과정에 있어요. 그 결과 아트스페이스 개인전은 일정하게 개입한 것들만 위주로 전시했고, 한미사진미술관에서는 공간을 스트레이트하게 접근하고 거기서 일정한 조형 행위들을 하는 것들을 기록하는 것으로 다시 재구성 했어요.


데몰리션 사이트는 어떤 사진행위를 벌이고 있는 과정이 연상되는 것이 있었고, 그런 프로세스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강렬하게 느껴졌는데…….
<데몰리션 사이트> 작업에서는 그 공간에 빨간색 페인트를 칠해서 공간이 건물 밖으로 드러나고 부서지고 작은 빨간 조각이 되기까지, 그러니까 공간이 물질로 되는 과정이고, 이 작업에서는 물질이 공간이 되는 과정이에요. 그래서 계속 공간과 건축물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 사이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프로세스를 의도하고 드러내기 위해서 사진 매체가 적절히 쓰이는 방식으로 이번에는 그 방식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일종의 재구성된 것이다?
맞아요. 여러 개의 시리즈로 정말 새로운 구성으로 다 만든 것 같아요. 사진이 정말로 어렵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공사 현장이 필요하고, 그 안에서 뭔가를 하려면 비용도 필요하고, 그리고 촬영한 것을 쓰기 위해서는, 책임 소재가 필요하거든요. 우리나라 현장의 특성상 불법적인 게 많아서, 유출되면 큰일 나고 그런 것들도 많아요. 이런 저런 너무 많은 과정이 필요한데, 제가 늘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이, 사진작가로서 계획하고, 사람의 눈으로 본 것과 카메라로 본 것이 다른 게 많거든요. 몇 년간 계획했던 것들을 현장에 가서 설치도 하고 그랬는데 이게 전혀 다른, 그러니까 사진의 촉각적인 그런 특성들 때문에, 사람들이 회화를 볼 때는 완전히 일대일 매칭이 되지는 않는데 사진은 그 안에 지닌 경험적인 특성들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진이 전혀 못 보고 관계 맺게 되는, 뭐, 너무나 미묘한 지점들이 있어서…….

현실 경험에서 내가 못 봤던 것들을 사진에는 그걸 드러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네. 촬영할 때마다 현장 작업을 할 때 늘 많이 부딪히는 편이에요. 계획했던 대로 실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데몰리션 사이트 작업할 때도 처음에는 스트레이트하게 사진을 찍었어요. 그러다 보니 야간에 장노출로 찍다 보니까 정말 재난 현장이나 SF서나 나오는 장면이 포착됐어요. 사실 그게 현실의 장면은 아니거든요. 지금은 너무 흔한 이미지지만. 그래서 인천문화재단 레지던시를 지원해서 2년간 지내는 과정에서 제가 페인트칠도 하고 뭐, 이런 것들이 벌어진 것이거든요. 그런데 지금도 제가 어림짐작으로는 계획을 하고, 기획서를 제출하고 그렇게 해서 시작하는데, 결국 항상 결과물은 제가 그 현장에 해당하는 면들을 아주 오랫동안 유심히 봐야지 제가 계획했던 것들과 어느 정도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내게 되더라고요. 그게 늘 힘들어요. 근데 제가 그런 과정들이 매우 길었어요. 앞으로 출간되는 책이 한 권 있는데, 그 책이 저와 같이 현장 작업할 때 저를 담당했던 분들에게 글을 한 편씩 받고, 그래서 여덟 명의 필자가 참여하고 제 작품 사진이 한 권 나오기 전에 제가 테스트하고 실험하고 현장에 있었던 메모하고 그런 사진들이 책의 도판으로 들어가게 되거든요. 그런 과정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일 어려운 점은 사진은 내 의도대로 되지 않는 변수가 많이 생긴다.
네, 그런 변수가 있는데, 그럼에도 너무나 재미가 있고…….

현장에서 본 것, 눈으로 지각한 것과 사진은 다르게 나오는 현상에 대해서…….
저는 사람들과 협력해서 일을 하잖아요. 단순히 이게 한 장의 이미지를 만드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화가였으면 그냥 제 화실에서 그림을 한 장 그리고 그것을 관람객들이 보고 하는 그 정도 관계에서 활동이 마무리될 텐데, 사진작업은 여러 건설사들이 일정도 맞춰야 하고, 현장에서 사진작업을 위해 벽면 하나를 칠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거든요. 오늘도 워크숍에서 했던 작업이 건축 리모델링된 부분과 결합하는 구조물들을 만들고 사람들이 그 구조물들을 다른 외부와 연결하는 공간감을 체험하는 프로젝트를 했거든요. 참여 프로그램을 접목해 작업한다는 것은 단지 대상을 관찰하는 경험과는 다른 것 같아요. 물론 사진은 항상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지만, 정보 면에서 필요한 건축 사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지점에서 커뮤니티는 또 다른 결과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작업을 통해서 커뮤니티를 생각하고 있다?
네, 그런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워크숍도 계속 진행하고. 건축기록 책을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면서, 제가 아파트 키드로 아파트와 관련된 문화, 건축 이야기해주고, 교육 프로그램도 지금 하고 있고, 이런 다양한 활동이 중요한 것 같아요, 공간 섭외도 가능하고……. 시대적인 해석과, 아파트 재개발로 계속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과정이 단지 상품을 찍듯이 건축물을 촬영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건축물을 예쁘게 촬영하기만 하는 상업건축사진은 철학적인 사유나 그 구조를 왜 만드는지에 대한 개념들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제가 새로운 영역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싶어요. 건축 산업과 예술을 접목하는 것들을 찾고 있어요.

Reconstruction Site 3, 2015, pigment print, 135x180cm


Reconstruct 201_5519, 2020, Pigment Print, 180x135cm

Reconstruct 201_5084, 2020, Pigment Print, 180x135cm

Demolition Site 04 Outside, 2013, Pigment print, 120x160cm

Demolition Site 01 Inside, 2013, Pigment print, 120x160cm


Construction Site10, 2012, Pigment print, 125x155cm